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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관악] 브랜드스토리⑩ 도시텃밭, 지역의 빈틈을 메우다 금천구 마을기업 '건강한농부협동조합' (2017.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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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활짝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6회 작성일 22-02-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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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처 : 공동체관악
보도일 : 2017.01.05


브랜드스토리⑩
도시텃밭, 지역의 빈틈을 ​메우다
금천구 마을기업 ‘건강한농부협동조합’

“텃밭에 관한 모든 것을 다 한다고 봐도 좋아요.”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마을기업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은 텃밭조성, 생태농업교육, 텃밭 관련 자재 판매, 텃밭 생산물로 식품 가공·판매 등 텃밭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한다. 김선정 건강한농부협동조합 이사장은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들으면 대체 여기가 뭐 하는 곳이냐고 반문하세요. 정체성이 뭐냐면서요”라며 유쾌하게 웃어 보인다.

어쩌면 그런 반응이 당연할지 모른다. 일반 협동조합이 조합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서 움직인다면,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은 조합원뿐만 아니라 지역의 많은 ‘사람’을 위해 역동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대로 ‘사람’을 키워드로 사업을 설명하면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의 활동들이 쉽게 이해가 된다. 경력단절여성(이하 경단녀), 일자리가 필요한 중년, 저소득층 아이들, 소외된 노인들이 도시 텃밭을 통해 세상과 만나게 돕는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을 만나보았다.

김선정 이사장의 말끝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첫 번째 사람 키워드 ‘경단녀’

“오래 다닌 회사가 폐업했어요. 쉬면서 뭘 좀 배워볼까 하다가 도시농업지도사란 걸 발견해서 들었는데 도시농업과 가치관도 잘 맞고,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도 너무 좋았어요.”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은 경력단절여성들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도시에는 농사지을 적당한 땅이 없었고, 강사 자리도 쉽게 나지 않았다.
“센터 소개로 공공근로를 했는데 그것도 문제가 생겨 끊기게 됐어요. 그대로 있을 수 없어서 도시농업지도사 과정을 수료한 1기, 2기들이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라는 비영리 단체를 만들었어요. 경력단절여성들이 자생의 길을 찾은 거지요.”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은 서울시 금천구 남부여성발전센터 한 편에 입주해 있다.
창고 겸 매장과 목공소로 이뤄져 텃밭에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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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를 만든 후 다행히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어나 도시농부 교육과정이 큰 인기를 끌었다. 관심 있는 사람이 늘어나자 구청 앞 비어있는 땅에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위탁 사업을 받게 됐다.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16,528㎡의 너른 공터에 경단녀들의 꿈을 실어 나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농사를 배우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이곳에서 다 시도해봤어요. 생태화장실도 만들고, 하우스도 짓고, 육묘장도 만들고, 지렁이 사육장도 만들었죠. 집에 남는 목공 도구들을 가져오게 해서 조그맣게 목공소도 갖췄어요.”
‘일년 농사’라고 한다. 흙을 섞고, 씨앗 뿌리고, 잡초 솎고, 수확하는 등 농사는 오랜 기간 공들여야 하는 일이다. 진딧물 잡을 시기, 비료 댈 시기, 지렛대 세울 시기가 오면 부수적인 농자재도 계속 필요하다.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은 주말농장 위탁으로는 감당이 안 되던 인건비를 농자재 판매로 메워나갔다. 텃밭을 개장하면 할수록 수익구조가 탄탄해진 것이다.
“사업을 비영리단체에서는 모두 감당하기 어려워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게 됐어요. 하지만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완벽히 분리된 건 아니에요. 외부에는 산하단체라고 말하죠.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 회원이 우리 조합원이기도 하고 서로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있어요.”

김선정 이사장은 경단녀들이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강사일은 비영리단체에 남겼다. 강사일은 인건비성 수익이기 때문에 그걸 일부 떼서 협동조합을 유지하면 강사 수익이 너무 적어지기 때문이다.
“처음 우리는 땅이 없어서 다른 지역에서 받은 돌땅에 멋모르고 농사지어서 실패하기도 했었어요. 그래도 의욕적으로 열심히 했기에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요. 경력단절여성들이 자생해서 스스로 잘 컸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 사람 키워드 ‘일이 하고픈 중년 남성’

“주말농장 하면서 새롭게 본 것은 40~50대 후반의 중년 남성들이 오갈 데가 없다는 거였어요. 일자리를 잃거나, 드문드문 일하는 중년 남성들은 낮에 어딜 가 있겠어요? 그런 분들이 구청 앞 텃밭이 생기자 양복을 입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오시기 시작하셨어요.”
일자리를 잃은 중년 남성들에게 텃밭은 어떤 공간일까? 김선정 이사장은 “중년남성들은 일할 곳이 필요해요. 텃밭은 그들이 일하기에 적당한 곳이지요.”라고 말한다.

“텃밭이 8㎡밖에 안 되는데 이렇게 갈아엎고, 저렇게 갈아엎고 하는 거예요. 그들이 텃밭을 새롭게 만드는 걸 유심히 봤어요. 장애인도 텃밭을 가꿀 수 있게 덱을 높이 깐 장애인 텃밭 시설을 만들기도 하고, 침대 프레임을 그대로 가져와서 화분으로 만들기도 했어요.”
농사는 오랫동안 지극히 살피고 길러야 하는 일이지만 흙을 섞거나 자재를 옮길 때 큰 힘이 들기도 한다. 경단녀로 이뤄졌던 네트워크에 목공 기술을 가진 중년 남성들이 함께 일을 하면서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은 텃밭조성 사업까지 뻗칠 수 있었다.

“주말농장 위탁사업이 끝나자 텃밭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어요. 집 주변에 텃밭을 만들어보자 해서 서울시에서 하는 주민참여예산제라는 사업에 공모해 2014년, 2015년 두 차례 사업비를 따냈어요. 그 사업비로 교육프로그램 돌리고, 골목에 텃밭을 조성했어요. 그것이 계기가 돼 현재 협동조합의 주 수입원인 학교나 어린이집, 공공기관의 옥상 텃밭조성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옥상 넓이에 따라 다양한 텃밭을 조성하는데 처음에 만들어 놓으면 그 후에도 비료나 지렛대 등 자재가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꾸준히 수익이 나는 구조예요.”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의 도시농업 사업은 민이 주도해 관을 이끈 민관협력이 잘된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목공소에 직접 만든 원목 폐팔레트를 이용한 친환경 재배방식과 흙 섞는 것부터 수확 후 요리까지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생태농업교육 등은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의 강점이 됐다. 사람을 보고, 사람을 향했던 결과가 수익구조의 안전성으로 나타난 것이다.


세 번째 사람 키워드 ‘흙을 빚어 마음 씨앗을 키우는 아이들’

‘별별철학관’
간판 하나 없는 건강한농부협동조합 건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그마한 팻말 하나가 달려있다. 텃밭 사업이나 상품에 대한 광고는 하나도 없는데 철학관이라니 궁금해 하던 참에 김선정 이사장이 먼저 말을 꺼낸다.
“점을 봐주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웃음). 철이 드는 곳이라는 뜻으로 걸어놓은 거예요. 사회봉사 명령 떨어진 아이들이 이곳에서 사회봉사를 하면서 저 팻말을 달았어요.”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은 수업 일수 대신 사회봉사 일수를 채워야 한다. 하지만 금천구에는 그걸 채울 수 있는 시설이 많지 않아 대개 외부로 보내지는데 그곳에서는 아이들이 많이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김선정 이사장의 뜻은 단순했다. 우리 동네의 아이들 외부로 돌리지 말고 우리 안에서 거두자는 것이다.

“우리가 교육복지과에 먼저 제안했어요. 그 아이들 사회봉사 일수를 여기서 채울 수 있게 하면 어떻겠느냐고요. 여기서 목공일도 돕고, 흙 섞는 것도 배우면서 아이들은 뭔가를 손으로 하는 경험을 하게 돼요. 물론 바쁠 때 오면 일도 많이 해야 하지만, 동네에 아는 곳 한 곳 정도 생기는 것, 동네에 아는 어른 몇 명이라도 생기는 것, 어떤 면에서는 든든할 거로 생각했어요.”

흙은 위안이다. 도시농업의 가장 큰 효과는 아스팔트와 시멘트에 가둔 우리 일상에 작은 위안을 주는 것이다. 김선정 이사장은 교육복지프로그램에서 만난 아이들이 흙을 통해 위안을 얻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지역구는 교육복지중점학교가 많아요. 교육복지중점학교는 저소득층이 많고 취약계층이 많으면 그 비율로 지정되는 건데 우리 지역구 초등학교는 대부분 적용돼요. 그곳에 정규수업 등으로 출강을 많이 해요.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나눠본 적이 없어서 자기 것을 나눌지 몰라요. 그래서 같이 키운 채소를 친구에게 준다든가 가족에게 직접 도시락을 싸서 주는 프로그램 진행해요. 한번은 허브차를 마시면서 허브를 담근 따뜻한 물에 친구 손을 씻겨 주는 시간을 가졌어요. 한 아이가 울었어요. 허브는 참 많은 것들을 한다고 느꼈지요.”

생태농업교육은 사실 우리 먹거리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생겼고 거둬지고 요리되는지 보는 과정이다. 자신이 먹는 먹거리의 뿌리를 찾는 일이지만 가끔은 마음의 뿌리도 함께 찾게 된다.

​“그거 아세요? 꽃 화분의 흙냄새와 무를 기르는 텃밭 흙냄새가 다르다는 거? 텃밭 냄새가 진짜 흙냄새예요. 화분에서는 그런 냄새가 덜 나죠. 맡아보면 정말 치유되는 느낌이 들 거예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마음이 아픈 가족, 소외된 다문화 가족들도 텃밭 활동을 하면서 마음을 치유하고 성장하게 되지요.”


네 번째 사람 키워드 ‘채종하는 할머니, 퇴비 만드는 할아버지’

“매년 옥상텃밭 대회를 열어요. 금천구는 60% 이상이 단독주택이라서, 어르신들이 옥상에 텃밭을 많이 하셔요. 대회를 통해 잘하시는 분들은 촬영도 하고 영상도 만들고 어떤 방식으로 키워내는지도 보지요. 어르신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음식물로 퇴비를 만들거나 빗물 재활용도 하셔요. 그걸 좀 더 알리고자 해요.”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은 옥상텃밭 대회를 통해 많은 어르신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텃밭을 가꾸는 걸 알게 됐다. 만약 어르신의 텃밭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도시텃밭은 더 확산되고 순환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을 향한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의 생각은 구체적인 준비단계에 들어섰다.

“농부 카페 겸 매장을 하나 내려고 해요. 거기서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친환경 퇴비를 판매할 수 있게 하려 해요. 어르신들 중에 잘 만드시는 분들 집을 퇴비 생산 1호, 2호, 3호로 지정해 그곳에서 생산된 걸 매장에서 판매하려고요. 음식물 쓰레기가 퇴비가 되는 생태계 순환과정이 어르신들의 옥상에서 이뤄지는 거죠.”

옥상텃밭에는 퇴비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좁은 옥상은 사실 토종종자를 채집하는 데 적격이다.

“토종종자를 너른 밭에 키우면 교잡돼서 별로 안 좋아요. 옥상이 딱 적당하죠. 작물을 잘 키우시는 어르신 몇 분께 토종종자를 드리고 그걸 모종으로 내면 판매하려 해요. 토종종자가 일반종자보다 10배 이상 값어치가 있거든요. 한 분이 100개만 가져다 만들어도 소일거리로 수익을 얻으실 수 있죠.”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는 도시에서 할 일이 별로 없다. 폐지 줍는 노인이 많은 이유도 일거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은 자투리땅에서 길러낸 토종종자와 퇴비로 수익을 창출해 자원순환을 기대한다. 그리고 노인들이 다시 사회로 진입하는 기회를 만든다.


다섯 번째 사람 키워드 ‘지역의 빈틈’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의 마지막 키워드는 ‘지역민’이다.
“우리는 도시텃밭조성 사업을 많이 하지만 사실 그게 주된 일은 아니에요. 우리는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김선정 이사장이 말하는 빈틈은 생협에서 물건 사기 부담스러운 저소득층과 자투리땅에서 길러낸 작물을 연결하는 일이다.

“우리 동네 시장에는 검증되지 않은 농산물들이 굉장히 많이 유입돼요. 검열에 걸려 못 파는 채소 등을 덤핑해서 파는 곳이 많아요. 온 동네 안 좋은 먹거리를 우리 동네 사람들이 다 먹는 느낌이에요. 없는 사람들도 건강한 먹거리를 먹을 권리가 있어요.”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은 농부 카페를 만들어 대량으로 키우지 못해 판매를 매장 진입이 지역 텃밭 작물들을 팔 계획이다. 생협보다는 저렴하지만 생협만큼 좋은 작물을 저소득층과 연결해 지역의 빈틈을 메우는 것이다.

“현재는 우리끼리 수확한 작물을 가공해서 팔아보고 있어요. 허브 키워서 허브차 만들고, 여주 말려서 팔고, 꽃차 만들어 팔았는데 어디다 납품할 정도로 많이 나오진 못했지만 반응이 괜찮았어요. 지금은 장터 등에 직접 나가 판매하고 있지만 농부 카페 겸 매장을 만들면 그곳에서 진열해놓고 팔아볼 거예요.”

팝콘 만드는 옥수수로 심으면 키울 수 있는 쥐이빨옥수수, 당근사과잼, 모과청, 건여주, 고구마줄거리, 시래기, 고사리, 자소엽, 어성초, 녹차 섞어 만든 천연발모제, 무화과잼, 초코민트시럽, 캄포나무 도마, 루꼴라페스토. 모두 도시농업과 귀농을 통해 얻은 작물을 가공해서 만들었다.
(구매문의: 02-809-6070)

김선정 이사장은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이 도시재생으로서의 도시농업과 서민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도시농업이라는 큰 축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앞바퀴가 돌면 뒷바퀴가 따라 돌 듯 두 목표는 ‘사람’을 향해 유기적으로 굴러가고 있다.

“우리 조합은 지역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어요. 이제 한 단계 도약할 때라고 생각해요. 텃밭조성, 교육 그리고 건강한 먹거리의 빈틈을 메워주는 일,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의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건강한농부협동조합 홈페이지: http://farmerscoop.co.kr

글. 이은주(이로운넷 에디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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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브랜드스토리⑩] 도시텃밭, 지역의 빈틈을 메우다 - 건강한농부협동조합|작성자 세모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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